운영자가 엮은 글
추천서 부탁 메일 — 교수님께 어떻게 쓰면 되나
추천서는 상대가 기억을 되짚어 써야 하는 글입니다. 재료를 먼저 드리면 승낙이 쉬워집니다.
글: 메피파이 운영자읽는 시간 1분
무엇이 어려운가
추천서 부탁이 막히는 자리는 문장력이 아닙니다. 「추천서 좀 써 주실 수 있을까요」 한 줄을 보내면 상대는 답장 전에 되물을 것이 생깁니다. 마감이 언제인지, 어디에 어떤 형식으로 내는지, 무엇을 강조해야 하는지. 그 되물음이 한 번 오가는 사이에 마감은 가까워지고, 상대는 부담을 이유로 정중히 물러서기도 합니다.
추천서는 추천인이 기억을 재구성해서 쓰는 글입니다. 같은 수업을 들은 학생이 수십 명이고 학기는 이미 지났습니다. 내가 재료를 드리지 않으면 그 일을 상대가 대신 합니다.
상대가 쓰기 쉬운 메일의 재료 여섯
승낙을 얻는 것은 공손한 표현이 아니라 메일에 들어 있는 재료입니다. 아래 여섯이 있으면 상대는 판단만 하면 됩니다.
- 마감일과 제출 방식 — 온라인 링크인지, 서명한 PDF인지, 봉인 우편인지. 방식마다 상대가 쓸 시간이 다릅니다
- 나와 상대의 접점 — 어느 수업, 어느 학기, 어느 프로젝트였는지. 성적이나 내 역할까지 적으면 상대가 확인할 일이 없습니다
- 지원하는 곳과 이유 — 학교·전형·직무 이름과 내가 왜 그곳인지 두세 문장
- 강조하고 싶은 것 한두 개 — 전부 강조하면 강조가 아닙니다
- 함께 내는 서류 사본 — 자기소개서나 연구계획서를 같이 보내면 추천서가 같은 방향을 봅니다
- 거절할 여지 — 어려우시면 편하게 말씀해 달라는 한 문장. 이 문장이 있으면 상대가 답장하기 쉬워집니다
누구에게 부탁하는가
직함이 높은 사람보다 나를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이 낫습니다. 학과장이 쓴 세 문장짜리 일반론보다, 한 학기 내 과제를 읽은 조교나 담당 교수가 쓴 구체적인 한 문단이 읽는 쪽에 남습니다.
판단 기준은 하나입니다. 그 사람이 내 이름과 함께 떠올릴 장면이 있는가. 수업에서 무엇을 물었는지, 팀에서 어떤 일을 맡았는지, 마감 앞에서 어떻게 했는지. 떠올릴 장면이 없는 사람에게 부탁하면 재료를 아무리 드려도 남의 말처럼 읽힙니다.
두 사람 이상 필요할 때는 겹치지 않게 고릅니다. 같은 수업의 두 교수보다, 수업에서 본 사람과 프로젝트에서 본 사람이 서로 다른 것을 증언합니다.
AI에게 시킬 때 요청에 넣는 것
위 재료를 그대로 요청에 옮기면 AI가 할 일은 배치와 어조뿐입니다. 재료를 주지 않으면 AI는 그럴듯한 문장으로 빈자리를 메웁니다. 하지 않은 프로젝트나 받지 않은 성적이 메일에 섞였을 때, 그 메일을 읽는 사람은 나를 아는 사람입니다.
이렇게 적습니다
아래 사실만 써. 없는 건 지어내지 말고 [입력 필요: 무엇]으로 남겨. 마감 11월 15일, 온라인 링크 제출, 2025년 1학기 데이터구조 수강(A), 팀 프로젝트 조장, 지원처는 OO대학원 석사과정. 강조할 것은 끝까지 붙잡는 태도 하나. 어려우시면 편하게 거절하실 수 있게 한 문장 넣어줘.
어조는 내가 정합니다. 처음 부탁인지 두 번째인지, 평소 어떤 말을 주고받는 사이인지에 따라 달라지고 그것은 AI가 알 수 없습니다. 정하지 않고 보내면 AI가 대신 정하고, 나는 그 선택을 고치는 일을 하게 됩니다.
잊기 쉬운 두 통
부탁 메일 한 통으로 끝나지 않습니다. 두 통이 더 있고, 둘 다 다음 부탁의 조건이 됩니다.
- 1마감 한 주 전 확인 — 재촉이 아니라 정보 전달입니다. 남은 기간과 제출 방식을 한 줄로 다시 적습니다
- 2제출 뒤 인사, 그리고 결과 — 결과가 나오면 결과도 알립니다. 다음에 또 부탁할 사람이 같은 사람입니다
보내기 전 체크리스트
- 1마감일과 제출 방식이 첫 문단에 있는가
- 2상대와의 접점을 내가 적었는가, 상대가 기억해 내야 하는가
- 3강조하고 싶은 것이 한두 개인가
- 4거절할 여지를 남겼는가
- 5사실 가운데 내가 확인하지 않은 것이 섞이지 않았는가
읽었으면 직접 해 보는 편이 빠릅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