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번역을 맡길 때 언어보다 먼저 정할 것

'영어로 번역해줘'에서 빠져 있는 것들 — 용어표, 직역의 수준, 그리고 모호한 원문의 처리.

무엇이 어려운가

'영어로 번역해줘'는 언어쌍만 정한 요청입니다. 그런데 번역에서 실제로 갈리는 것은 언어가 아니라 무엇을 옮기는가입니다. 마케팅 문구와 계약서는 지켜야 할 것이 정반대입니다 — 앞의 것은 읽는 맛을 위해 구조를 바꿔도 되고, 뒤의 것은 한 단어의 뉘앙스가 바뀌면 사고입니다.

지시 없이 맡기면 세 가지가 조용히 일어납니다. 회사·제품 이름이 마음대로 번역되고, 문화 참조나 말장난이 설명 없이 사라지거나 어색하게 직역되고, 원문의 모호한 대목을 AI가 임의로 해석해 확정해 버립니다. 셋 다 결과물만 봐서는 알아채기 어렵습니다.

요청에 무엇을 더해야 하는가

1. 건드리면 안 되는 것의 목록을 준다

고정 번역할 용어, 번역하지 않을 고유명사, 수치·단위·날짜의 처리 규칙을 표로 줍니다. 목록이 짧아도 됩니다 — 있다는 사실 자체가 '나머지도 함부로 바꾸지 마라'는 신호가 됩니다.

2. 직역-의역의 다이얼과 격식을 지정한다

'자연스럽게'는 지시가 아닙니다. 문장 구조를 바꿔도 되는지, 존댓말 수준은 어디에 맞추는지를 문서의 용도와 독자로 정합니다. 영어 한 문장이 한국어 두 문장이 되는 것은 오역이 아니라는 것도 함께 적어 두면 억지로 붙인 긴 문장을 막을 수 있습니다.

3. 모호한 대목은 해석 말고 표시하게 한다

이렇게 적습니다

원문에 없는 내용을 더하거나 빼지 마. 원문만으로 확정할 수 없는 대목은 임의로 해석하지 말고 번역자 주석으로 표시해줘. 없으면 '모호한 대목 없음'이라고 적고.

'없으면 없다고 적어라'까지 요구해야 주석 항목이 형식적으로 생략되지 않습니다.

직접 쓸 때의 체크리스트

  1. 1무엇을 옮기는지(계약서·마케팅·기술 문서·자막)를 밝혔는가
  2. 2고정 용어와 고유명사 처리 표를 줬는가
  3. 3직역 수준과 격식을 지정했는가
  4. 4더하기·빼기 금지를 명시했는가
  5. 5모호한 대목의 처리 방식(주석)을 정했는가

읽었으면 직접 해 보는 편이 빠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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