운영자가 엮은 글
번역 프롬프트 — 언어보다 먼저 정할 것
'영어로 번역해줘'에서 빠져 있는 것들 — 용어표, 직역의 수준, 그리고 모호한 원문의 처리.
글: 메피파이 운영자읽는 시간 2분
무엇이 어려운가
'영어로 번역해줘'는 언어쌍만 정한 요청입니다. 그런데 번역에서 실제로 갈리는 것은 언어가 아니라 무엇을 옮기는가입니다. 마케팅 문구와 계약서는 지켜야 할 것이 정반대입니다 — 앞의 것은 읽는 맛을 위해 구조를 바꿔도 되고, 뒤의 것은 한 단어의 뉘앙스가 바뀌면 사고입니다.
지시 없이 맡기면 세 가지가 조용히 일어납니다. 회사·제품 이름이 마음대로 번역되고, 문화 참조나 말장난이 설명 없이 사라지거나 어색하게 직역되고, 원문의 모호한 대목을 AI가 임의로 해석해 확정해 버립니다. 셋 다 결과물만 봐서는 알아채기 어렵습니다.
요청에 무엇을 더해야 하는가
1. 건드리면 안 되는 것의 목록을 준다
고정 번역할 용어, 번역하지 않을 고유명사, 수치·단위·날짜의 처리 규칙을 표로 줍니다. 목록이 짧아도 됩니다 — 있다는 사실 자체가 '나머지도 함부로 바꾸지 마라'는 신호가 됩니다.
2. 직역-의역의 다이얼과 격식을 지정한다
'자연스럽게'는 지시가 아닙니다. 문장 구조를 바꿔도 되는지, 존댓말 수준은 어디에 맞추는지를 문서의 용도와 독자로 정합니다. 영어 한 문장이 한국어 두 문장이 되는 것은 오역이 아니라는 것도 함께 적어 두면 억지로 붙인 긴 문장을 막을 수 있습니다.
3. 모호한 대목은 해석 말고 표시하게 한다
이렇게 적습니다
원문에 없는 내용을 더하거나 빼지 마. 원문만으로 확정할 수 없는 대목은 임의로 해석하지 말고 번역자 주석으로 표시해줘. 없으면 '모호한 대목 없음'이라고 적고.
'없으면 없다고 적어라'까지 요구해야 주석 항목이 형식적으로 생략되지 않습니다.
완성 지시문의 구성
- 번역 지침 — 격식(레지스터), 직역 수준, 금지 사항
- 용어·고유명사 처리 표 — 고정 번역할 것과 번역하지 않을 것
- 문화 참조 처리 규칙 — 설명할지, 대체할지, 주석으로 남길지
- 납품 형식 — 원문 대조 여부
- 번역문, 그리고 번역자 주석 — 원문만으로 확정할 수 없는 대목만. 없으면 '모호한 대목 없음'
검수 결과는 산출물에 넣지 않습니다. 점검은 제출 전에 돌리고 걸린 곳을 고쳐 최종본만 내게 합니다 — 통과·수정 필요 표는 받는 사람의 문서가 아니라 작업 보고서입니다. 번역자 주석은 다릅니다. 그것은 원문을 보고 직접 판단해야 하는 것이라 남깁니다.
일곱 종류 — 무엇을 옮기는가
번역 스튜디오는 일반 문서·문학·창작·대본·자막·회의록·발화 기록·마케팅·홍보 문구·기술 문서·매뉴얼·계약·공식 문서, 일곱 갈래를 받습니다. 언어쌍이 같아도 지켜야 할 것이 정반대인 경우가 있어서입니다.
- 일반 문서 — 용도와 독자에 맞는 격식을 먼저 정하고, 문단 구조는 지키되 문장 길이 관습은 대상 언어를 따릅니다
- 문학·창작 — 지켜야 할 것은 정보가 아니라 목소리입니다. 말장난·운율처럼 형식이 곧 의미인 대목은 같은 효과의 다른 장치로 바꾸거나, 뜻을 살리고 주석을 달거나, 원문을 병기하되 무엇을 골랐는지 밝힙니다. 인물마다 다른 말투를 뭉개지 않습니다
- 대본·자막 — 길이가 곧 제약입니다. 자막은 한 줄 글자 수와 줄 수 상한을 먼저 정하고 넘치면 수식어 → 반복 → 호칭 순으로 버립니다. 더빙은 음절 수와 문장이 끝나는 지점을 원문에 맞춥니다. 소리 내어 말할 수 있는 문장이어야 합니다
- 회의록·발화 기록 — 옮기는 일과 정리하는 일을 섞지 않습니다. '그건 좀 어려울 것 같은데요'를 '불가능합니다'로 옮기면 회의의 결론이 달라집니다. 완곡 장치는 대상 언어의 완곡 장치로 옮기고, 화자는 반드시 구분해 유지합니다
- 마케팅·홍보 문구 — 직역하면 실패하는 유일한 종류입니다. 의미가 아니라 효과를 옮기고, 무엇을 바꿨는지 함께 적습니다. 원문에 없는 효능·수치는 만들지 않고, 광고 표현 규제는 이름만 지목합니다
- 기술 문서·매뉴얼 — 용어 일관성이 문체보다 우선입니다. UI 문자열·명령어·코드는 원문을 유지하고, 절차는 명령형 한 동작 한 문장으로, 경고 문구의 수위는 낮추지 않습니다
- 계약·공식 문서 — 의역을 금지합니다. 조항 번호·구조·문장 경계를 그대로 두고, 법률 용어의 대응 관계를 단정하지 않으며, 법적 효력이 있는 문서면 전문 번역과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는 고지를 첫머리에 붙입니다
직접 쓸 때의 체크리스트
- 1무엇을 옮기는지(계약서·마케팅·기술 문서·자막)를 밝혔는가
- 2고정 용어와 고유명사 처리 표를 줬는가
- 3직역 수준과 격식을 지정했는가
- 4더하기·빼기 금지를 명시했는가
- 5모호한 대목의 처리 방식(주석)을 정했는가
읽었으면 직접 해 보는 편이 빠릅니다.